길따라 맛의 낭만에 취해볼까

동대문시장 맛집골목, 신당동 떡볶이 골목, 황학동 곱창골목.

최완호 | 기사입력 2005/10/28 [11:22]

길따라 맛의 낭만에 취해볼까

동대문시장 맛집골목, 신당동 떡볶이 골목, 황학동 곱창골목.

최완호 | 입력 : 2005/10/28 [11:22]
새물맏이로 물길이 되살아난 청계천에 사람들의 발길도 부쩍 늘고 있다. 멀리 한강에서 퍼온 물은 청계광장 2단폭포에서 낙수가 돼 모전교∼광통교∼수표교 등 22개 다리 밑을 콸콸거리며 흐른다.

청계광장에서 고산자교까지 무려 시오리. 물길따라 걷노라면‘이곳이 과연 시가지 한복판인가’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맑은 물에는 송사리가 뛰놀고 물가에는 억새가 피어 있고 청둥오리와 백로 등 진객도 날아든다. 청계천 주변에는 광장시장, 방산시장, 세운상가, 평화시장 등 유서 깊은 쇼핑거리가 즐비하다. 청계천은 600년 서울 역사와도 닿아 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종묘, 삼국지의 장수 관우를 모신 동묘(보물 제142호)가 지척에 있다. 기왕 청계천에 나왔으니 이 일대에 ‘장안 제일의 먹거리촌’이 몰려 있다는 사실도 알아둘 만하다. 먹자거리의 이름난 맛집 한 곳이라도 방문한다면 이곳 특유의 별미가 입 안에서 사르르 감긴다.

*무교동·다동 먹거리촌=식사 때가 다 돼 청계광장에 당도한 사람이라면 모전교 우측으로 빠져나가 ‘무교동 먹거리촌’을 갈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음식축제를 연 흔적이 거리 곳곳에 남아 있다. 길 건너 마주치는 ‘js텍사스’처럼 야외 테라스를 갖춘 노천 카페나 맥주집이 진을 치고, 조금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오랜 전통을 지닌 국밥집이 즐비하다. ‘내강’이라는 초미니 음식점은 구수한 배춧국밥 하나만을 3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관철동 먹자촌=광교나 장통교에서 종로 쪽으로 나가면 ‘관철동 먹자촌’을 만난다. 이 일대는 젊은이 거리답게 양식을 파는 집이 많고 화려하다.
이탈리아 파스타 전문점, 스파게티 전문점이 곳곳에 보인다. 최근 젊은이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불닭집’도 산뜻하게 단장을 끝냈다.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집이나 화로구이 전문점도 많이 눈에 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청계광장에서 한참 걷다보면 조금은 다리도 아프고 허기를 느낀다. 이때 청계천의 명물이자 보행자 전용인 새벽다리나 마전교에서 종로 쪽으로 빠져나가면 ‘광장시장 먹자골목’이 나온다. 청계천4가에서 종로4가를 관통하는 이 골목 안에는 휘황찬란한 백열등 아래 좌판 식당이 즐비하다. 비빔밥, 생선회, 손칼국수, 순대, 빈대떡, 파전 등 없는 게 없다.

가끔 젊은 서양인 커플까지 앉아 먹는 것을 보노라면 소문난 골목임에는 틀림없다. 시장통답지 않게 청결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하지만, 좀더 깨끗함을 유지한다면 이색 정경에 외국 손님을 안내해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왼쪽부터 무교동·다동 먹거리촌, 관철동 먹자촌, 광장시장 먹자골목.‘닭한마리’에 사리는 공짜로

*동대문시장 맛집골목=다리를 한두 개 더 지나면 흰색 철근 구조물로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다리가 나온다. 나래교다. 그 이름도 정겹고 아름다운 나래교와 버들다리 사이에서 종로 쪽으로 올라서면 유명한 ‘동대문시장 맛집골목’을 찾을 수 있다. 이 골목 안에는 ‘닭한마리집’과 ‘생선구이집’이 빼곡하다. 닭한마리집은 뚜껑이 없는 커다란 양푼에 닭 한 마리와 육수가 나온다.

다 끓으면 매운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고기와 육수 맛이 별미다. 이곳에서는 일본 여성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닭고기를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닭 한 마리(1만3000원)를 시키면 둘이서 먹을 수 있다. 셋이서는 닭 두 마리면 푸짐하다. 칼국수 사리는 공짜다. 생선구이집에서는 직접 밖에서 연탄불로 고등어 전어 등 생선을 구워 제공한다. 골목 안은 생선 굽는 냄새가 구수하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청계광장에서 다산교까지는 다리 16개를 지나야 한다. 꽤나 긴 거리지만, 친구와 옛이야기를 나누거나 연인과 추억 만들기에는 제격이다. 일단 이곳에 오면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다산교에서 우측으로 나가 신당역사거리에서 5분 남짓한 곳에 장안의 명물 떡볶이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부터 서울의 중고교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서 깊은 동네다.

집집마다 ‘원조’라고 하지만, 어느 집에나 사람들이 가득 찬 걸 보면 맛은 비슷한 모양이다. ‘마복림 할머니집’에서 떡볶이 2인분을 시키니 떡볶이와 어묵, 쫄면, 라면 사리, 군만두, 계란 등이 수북이 담겨 나온다. 육수가 끓어 양념고추장을 휘저으니 환상적인 떡볶이가 탄생한다. 값은 2인분 8000원부터 5인분 1만5500원까지 매겨 있다. 양은 아주 적당하지만 모자라면 떡볶이, 쫄면 사리 등을 추가로 시킬 수 있다.

*황학동 곱창골목=중간에 점심도 먹고 종묘와 동묘까지 구경하고 황학교에 다다르니 거리가 어둑어둑하다. 황학교에서 우측으로 올라와 서둘러 ‘황학동 곱창골목’을 물으니, 지나는 행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저기요”라고 턱짓을 한다. 좌우의 주방용품점들을 빠져나가면 ‘황학사거리’가 나오는데, 이 중 세 거리가 줄줄이 곱창집이다. 집집마다 ‘방송에 나온 맛집’이라는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연탄불에 잘 익은 곱창 하나를 주워 먹으니 입 안에 사르르 감기면서 피로가 싹 가신다. 도시락 한 개 분량인 1인분에 8000원. 이 정도 양이면 애주가 둘이서 족히 소주 한두 병은 비울 것 같다. 안암천과 정릉천을 아우른 청계천은 중랑천과 섞이며 자연하천을 이뤄 다시 한강으로 휘감아 든다. 청계천을 통해 역사도시, 생태도시, 시민의 쉼터 서울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은 도시인들에게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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