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최창일 기자] 텀벙 물의 시간이다. 다시 가고 싶은 나라를 꼽는다면 물의 도시 베네치아다. 이탈리아의 자그만 도시 베네치아.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듯이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피렌체를 지배하는 귀족이다. 시민계급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세속적인 가치를 숭배했다.
돈과 여자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던 자유로운 물의 도시다. 그 중심에 티치아노(Tiziano Vecellio,1488년경~1576)의 〈다나에, 1544~1546년경 캔버스 유채〉처럼 뻔뻔스러운 그림이 나오게 된 배경인지도 모른다. 옷을 걸치지 않은 그림 속에는 천사들이 시중을 받으며 제우스를 맞을 준비를 하는 여자의 몸은 관객을 향하여 나보아라, 하듯 열려 있다. 언뜻 보면 천사가 그녀의 하체를 두른 침대 시트를 벗기려는〈코레조, 다나에〉 구도이다.
실은 그림의 직설적인 의미는 능동적으로 자신을 주인에게 바치려 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당시에 평론가의 의견이 분분했다. 외설적이라는 혹평도 있었다. 현대에서는 명화로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보면 예술도 시대의 눈과 무관하지 않다. 그림의 방식은 평면적이고 느슨하다. 티치아노의 감각적으로 처리된 여체가 코로 조의 매끈한 인형보다 더 관객들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긴다.
한국의 신윤복이 17세기에 그린 풍속도에서도 남녀 간의 연애를 세련되고 도회적인 필치를 볼 수 있다. 대담한 화면 구성은 조선 시대의 성 풍속을 엿보게 한다. 신윤복은 한 걸음 더 나가 춘화도(春畫圖)를 그려서 제도권에서 쫓겨난 일도 있다. 동서는 성(性)에 관한 예술적 표현은 작가들의 과감함 속에서 흥미를 더하거나 발전을 하게 된다.
이런 의미로 보면 베네치아의 부유한 상인들은 예술을 지배하였고, 그들의 정신이 그림으로 표현되었을 짐작하게 한다. 그림 속의 유혹은 순진한 처녀도 아니다. 유혹을 좋아하는 베네치아 상인들 내면의 모습을 보게 한다. 16세기 베네치아의 여염집 휘장을 걷으면 투명한 속살이 드러나는 현실의 여인이라 할까. 유혹을 기다리는 그녀가 아무도 모르게 나타난다. 코레조, 다니에가 신윤복과 교류를 했을 법한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여주는 여체의 유혹은 같은 시선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의 벽을 무시무시한 이미지들로 채우며 타락한 세상을 심판하던 비슷한 시기에 티치아노는 미켈란젤로와 반대되는 풍속을 그리며 시대의 풍속을 비꼬고 있다.
당시는 사상과 예술을 통제했다. 반동-종교 개혁기의 이탈리아에서 그처럼 에로틱한 그림이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었을까? 정신보다 감각에 호소하는 자유분방한 베네치아의 쾌락적인 사회상을 엿보게 한다. 특히 노년에 접어든 남성인 화가의 내밀한 욕망의 표현도 한몫을 한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시로 베네치아를 꼽는다. 베네치아 역사는 567년 이민족에 쫓긴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만(灣)기슭에 마을을 만들며 시작되었다. 6세기 말에는 12개의 섬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그중에도 리알토 섬이 중심이 되고, 베네치아 번영의 심장부 구실을 하였다. 비잔틴의 지배를 받으며 급속히 해상무역의 본거지로 성장을 한다. 7세기 말에는 무역의 중심지로 알려졌고 도시공화제都市共和制아래 독립적 특권도 행사하였다. 베네치아에 있는 많은 운하는 118개 섬 사이를 이어주는 수로 역할을 한다.
이 섬들 사이로 중심 수로인 그란데 운하가 2개의 넓은 만곡부 주위를 흘러 도시를 통과한다. 너비 37~69m이며 평균수심이 2.7m인 그란데 운하 주위에는 많은 대저택, 교회, 해상 주유소 등이 있다. 베네치아 건물은 다양해서 이탈리아, 아랍, 비잔틴, 고딕, 르네상스, 마니에리슴, 바로크 양식 등이 모두 나타난다. 수세기 동안 베네치아의 사회, 정치 중심이었던 산마르코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으로 손꼽힌다.
이 광장의 3면에는 아치가 이어진 회랑이 줄지어 서 있고, 높이 99m인 캠퍼닐리 종루가 서 있는 동쪽 끝은 황금빛 산마르코 대성당과 팔라초 두칼레의 분홍빛 정면으로 막혀있다. 광장 입구는 그란데 운하와 넓은 산마르코 저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팔라초 두칼레에 있는 화려한 방들은 베네치아의 많은 예술가가 장식한 것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여름에 가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베네치아의 여름은 너무나 뜨거워서 돌아다니기에는 무리다. 시도반의 여행 시기는 8월이었다. 오로지 그늘만 들어가고 싶은 여행이었다. 한여름은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다 놀러 가버리기 때문에 문을 닫는 상점이 많다. 베네치아는 단연코 겨울의 관광이 제격이다. 겨울에는 운하의 물이 넉넉해서 좋다. 그러면서 약간의 쓸쓸함도 있어서 좋다.
인상적인 것은 물에 잠기는 서점인 아쿠아 알타 서점을 들려보는 일이다. 겨울철 기류에 의해 도시가 물에 잠기는 역류 현상인 아쿠아 알타 현상으로 인해 생긴 서점으로 인기 명소의 서점이다. 베네치아는 135년 호텔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헬렌 켈러, 메릴린 먼로 같은 유명인들이 방문한 도시다. 베네치아는 혼자 가는 도시가 아니다. 후미진 골목의 부드러운 빛, 너의 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본능이 이끄는 베네치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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