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를 만나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탱크는 매봉산 사면을 파서 만들었고, 숲으로 가려져 무슨 시설인지

이성훈 | 기사입력 2021/12/06 [00:42]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를 만나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탱크는 매봉산 사면을 파서 만들었고, 숲으로 가려져 무슨 시설인지

이성훈 | 입력 : 2021/12/06 [00:42]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마포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의 여파로 시작된 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산업 시설이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석유탱크 5기가 들어섰다. 당시 탱크는 매봉산 사면을 파서 만들었고, 숲으로 가려져 무슨 시설인지 몰랐다.

▲ 문화비축기지의 전경


1급 보안 시설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다. 아파트 5층 높이에 둘레 15∼38m나 되는 탱크 5기에 휘발유, 경유, 등유 등 6907만 ℓ를 저장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 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양이자, 자동차 400만 대가 주유할 양이라고 한다. 하지만 2000년 12월,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됐다.

 

▲ T1_파빌리온 내부 전경-사진제공 마포 문화비축기지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의 위험 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된 후에도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다. 베일에 싸인 이곳은 지난 2013년, 서울시가 버려진 시설 부지를 활용하고자 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원래 시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자원 재활용 방식으로 2017년, 드디어 시민에게 선보였다. 도심 속 생태 문화 공간 ‘문화비축기지’다.

 

▲ T2(공연장)의 야외무대 전경


입구 안내동에서 리플릿 하나 들고 여유롭게 둘러보자. 문화비축기지는 T0부터 T6까지 7개 공간으로 나뉜다. T0(문화마당) 오른쪽은 시설물에 각종 설비를 지원·관리하는 설비동이다. 석유를 탱크로 보내는 역할을 하던 가압펌프장과 화재에 대비해 만든 소화액저장실이 있다. 가압펌프장은 스티븐 퓨지 작가의 ‘용의 노래’ 벽화가 그려진 ‘아트 스페이스 용궁’이 됐고, 소화액저장실은 휴식 공간이자 탱크와 이어지는 통로다.

 

▲ T3(탱크 원형)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 월드컵경기장


탱크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는 T5(이야기관)는 미디어 전시를 하는 영상미디어실과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담은 전시실로 나뉜다. 당시 직원들은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의 악취, 1급 보안 시설에 발화점이 높아 정전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휘발유 탱크 점검 등 최악의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 탱크 안팎, 콘크리트 옹벽, 매봉산 암반과 절개지 등 마포석유비축기지의 환경과 구조도 T5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 T4(복합문화공간) 내부에서 보이는 석유계측구멍


T4(복합문화공간)는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렸으며, 공연과 전시 등이 열린다. 철판으로 이어진 원형 탱크에는 무게를 분산하는 철제 기둥과 천장 중심에서 우산살처럼 뻗어 나간 소화액관이 인상적이다. 천장 한쪽에 구멍이 있는데, 여기로 유일하게 빛이 스며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유량을 계측하는 구멍으로, 탱크 외벽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 철제 계단에 올라가 구멍에 줄자를 넣어 유량을 쟀다고 한다.

 

▲ T6(커뮤니티센터)의 에코 라운지 전경


T4는 콘크리트 옹벽과 탱크 사이로 난 길을 한 바퀴 걸어볼 수 있다. 콘크리트 옹벽 틈으로 자라는 오동나무가 신비롭다. 당시 탱크에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제거했을 테니,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된 후 자란 게 아닌가 싶다. 탱크 외벽을 따라 이어진 빨간색 소화액관, 탱크에 오르는 철제 계단, 유량 계측기 등이 남아 있다.

 

▲ 석유가 가득했던 T4(복합문화공간)의 내부 전경


T3(탱크원형)는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원형을 보존한 곳으로, 탱크 시설에 오르는 언덕도 남았다. 탱크에 오르는 계단석은 다른 탱크 작업할 때 나온 암반을 가공해 만들었다. 녹슨 철판을 입은 탱크와 탱크 지붕에 오르는 철제 계단, 탱크를 둘러싸는 콘크리트 방유제까지 원래 모습 그대로다. 현재 일부만 볼 수 있어 아쉽다. 탱크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를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현재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 내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T5(사진제공 마포 문화비축기지)


T3가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T1(파빌리온)과 T2(공연장)는 새롭게 재탄생한 공간이다. T1은 탱크를 해체하고 벽과 지붕을 유리로 바꿨다. 매봉산 암반이 한눈에 들어오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내부 분위기가 바뀐다. T2는 야외무대와 공연장으로 쓰인다. 얕은 경사를 따라 오르면 탱크 상부 야외무대다. 공연하면 야외무대 앞뒤에 있는 매봉산 암벽과 콘크리트 방유제가 소리의 울림을 묵직하게 만든다. 탱크 하부에 실내 공연장도 마련했다.

 

▲ T6(커뮤니티센터)의 전경


T6(커뮤니티센터)는 문화비축기지 중심에 있고, 규모도 가장 크다. T1과 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내·외부를 꾸몄다. T1의 철판은 내장재로, T2의 철판은 외관으로 쓰였다. 둥그스름한 경사로를 따라 2층에 오르면 동그란 하늘을 만나는 ‘옥상마루’, 조용히 책 읽기 좋은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가 있다. 1층은 다양한 음료를 내는 카페 ‘Tank6’로 운영 중이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 서울시 산악문화체험장의 실내 크라이밍장


지난 5월에 문을 연 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는 실내·외 암벽등반장, 카페, 히말라야 14좌 모형과 연대별 해외 등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의 유품을 보여주는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 서울시산악문화체험센터의 어드벤쳐체험 중 이벤트 크라이밍을 하는 어린이


암벽등반을 즐기는 어드벤처 체험이 가장 인기다. ‘하늘 오르기’는 최대 7m까지 높아지는 11개 기둥을 차례로 오른 뒤 하강하는 체험이다. ‘이벤트 클라이밍’은 높이 12m에 난도가 다른 3개 코스(백두산, 한라산, 설악산) 가운데 선택해 오른 뒤 종을 치고 내려온다.

 

▲ 경의선숲길의 땡땡거리의 조형물


2016년에 조성된 경의선숲길은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지는 선형 공원으로, 마포구를 대표하는 걷기 길이다. 2009년 서울역-문산역 구간에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 지상에 남은 철길 구간(6.3km)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중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연남동 구간과 와우교 구간(홍대 앞 와우교-서강대역)이 눈에 띈다. 와우교 구간에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건널목 차단기가 내는 소리에 따라 이름 붙인 ‘땡땡거리’, 다양한 책을 전시·판매하는 책방 부스가 이어지는 ‘경의선책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 경의선책거리의 책방 부스

 

양화대교 인근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도 가볼 만하다. 조선 말 역사에 오르내리는 외국인들이 잠든 곳이다.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하기 크리스마스실을 만든 셔우드 홀, 대한매일신보를 발간한 어니스트 베델, 한국의 국권 회복과 독립운동에 앞장선 호머 헐버트 등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위해 의료와 교육에 헌신한 이들의 묘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보자.

 

▲ 한국을 위해 헌신한 헐버트 박사의 묘와 묘비

 

○ 당일여행 : 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문화비축기지→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

 

○ 1박 2일 여행 : 첫날_경의선숲길→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망원정→서울함공원 / 둘째날_문화비축기지→서울에너지드림센터→서울특별시산악문화체험센터→하늘공원

 

○ 주변 볼거리 : 한국영상자료원, 난지한강공원, 홍대걷고싶은거리, 망리단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 관광공사_사진제공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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