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할'이 무너지면 '관계'도 깨진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결국 ‘역할 관계’ 얄팍한 자존심 내려놓고 ‘기본적인 예의’ 갖춰야

양승용 | 기사입력 2026/05/22 [16:45]

[기고] '역할'이 무너지면 '관계'도 깨진다.

인간관계의 본질은 결국 ‘역할 관계’ 얄팍한 자존심 내려놓고 ‘기본적인 예의’ 갖춰야

양승용 | 입력 : 2026/05/22 [16:45]

[이트레블뉴스=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우리는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상대가 내 마음을 완벽히 이해해 주길 바라고, 때로는 조건 없는 공감과 헌신까지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실망과 상처도 깊어지는 법이다. 인간관계로 인해 반복적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이제는 감정적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 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관계의 본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결국 대부분의 관계는 ‘역할 관계’ 위에서 유지된다. 많은 사람이 “내가 없으면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거나 “사랑하는 사이라면 내 모든 감정을 받아줘야 한다.”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수십 년간 헌신했던 직장이라도 하루아침에 내 자리가 사라질 수 있고,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 역시 어느 순간 남보다 못한 사이로 돌아서기도 한다.

 

세상은 개인의 존재 자체를 무조건 품어주는 온실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수행하는 역할과 가치, 그리고 필요에 따라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에 가깝다. 조직이든 개인적 관계든,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의 균형이 유지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반대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려 들거나 과도한 감정적 보상을 요구하는 순간, 관계는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태도다. 상대의 입장과 역할을 인정하고, 관계 속에서 서로의 책임과 경계를 명확히 인식할 때 불필요한 갈등은 상당 부분 줄어든다. 관계란 상대를 지배하거나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책임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쓸데없는 아집’이다. 스스로의 역량이나 역할 가치는 키우지 않은 채, 자존심과 고집만 앞세우는 태도는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관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원인은 능력의 부족보다,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된 태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맹점은 연인 관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반복적으로 불행한 연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낮은 자존감과 과도한 자존심의 공존이다. 스스로 채우지 못한 내면의 결핍을 상대에게서 ‘무조건적인 인정’으로 보상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인 역시 나의 불안을 대신 해결해 주는 구원자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상대에게 감정적 부담과 희생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순간, 애정은 피로로 변질된다. 건강한 연애는 감정의 일방적 소비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과 배려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결국 냉혹한 현실 속에서 나를 지키며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관계의 본질이 역할과 책임 위에 형성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둘째, 타인의 인정에 목매기보다 스스로의 역할 가치와 역량을 키우는 것.

셋째, 얄팍한 자존심과 불필요한 고집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마지막 열쇠가 있다. 바로 ‘기본적인 예의’다. 아무리 능력과 역할이 뛰어나더라도 예의가 무너지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예의는 단순한 형식적 친절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태도이자, 동시에 격변하는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품격을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다.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지나친 환상과 감정적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 어쩌면 그것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인문학적 처방일지도 모른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56번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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