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맛의 철학…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

우리 식문화의 뿌리를 잇는 또 하나의 유산이 국가의 품에 안겼다

한미숙 | 기사입력 2025/05/20 [07:58]

고요한 맛의 철학…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

우리 식문화의 뿌리를 잇는 또 하나의 유산이 국가의 품에 안겼다

한미숙 | 입력 : 2025/05/20 [07:58]

[이트레블뉴스=한미숙 기자] 우리 식문화의 뿌리를 잇는 또 하나의 유산이 국가의 품에 안겼다. 국가유산청은 불교 정신과 생명존중의 철학을 담은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지정은 전통과 자연, 철학이 어우러진 ‘느림의 미학’을 인정받은 결과다.

 

▲ 서울 진관사 사찰음식(한국불교문화사업단) _ 국가유산청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 요리가 아니다. 불교의 ‘불살생’ 원칙에 따라 육류와 생선,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를 쓰지 않고 조리하며, 수행의 한 방식으로 식(食)을 대하는 정신문화가 담겨 있다. 발우공양으로 대표되는 조용하고 절제된 식사법은 속세와의 구분을 넘어선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 발우공양(한국불교문화사업단)

 

문화적 흔적도 풍부하다. 고려 시대의 동국이상국집과 조계진각국사어록, 조선의 묵재일기등 문헌 곳곳에 채식 만두, 산갓김치, 장류 등 사찰 음식이 기록돼 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두부, 메주 등 발효식품의 생산지이자 민간과 교류하는 음식의 거점 역할을 했던 사찰의 존재가 역사적 무게를 더한다.

 

사찰마다 위치한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식재료와 조리법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성과 계절성, 발효 중심의 전통조리 방식이 한국 사찰음식만의 독창성을 형성했고, 이는 타국의 사찰 음식 문화와 뚜렷이 구분되는 지점으로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전통이 지금도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이다. 전국의 사찰에서는 여전히 정갈한 식재료로 수행식이 전해지고 있으며, 현대적 감각을 더한 창의적 해석으로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 중이다. 다큐멘터리, 한식 세계화 흐름과 맞물리며 사찰음식은 ‘슬로우푸드’와 채식 트렌드의 선두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지정은 특정 보유자 없이 사찰 공동체 전체의 전승체계를 존중해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된 점도 이례적이다. 이는 각 사찰마다 다양하게 계승돼 온 조리법과 수행공동체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문화유산의 현대적 재해석과 채식문화의 글로벌 흐름이 맞물리는 지금, 사찰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철학이고 문화이며, 살아 있는 전통이다. 오늘날 지구환경과 생명존중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 이 고요한 맛의 울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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