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한미숙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세종대왕유적관리소가 오는 5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 세종대왕역사문화관 에서 펼치는 특별전 '성군 세종, 탄신과 안식'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한 인물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세종대왕 나신 날’(5월 15일) 국가기념일 지정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태실의 태항아리부터 영릉의 합장 비밀까지, ‘군주’와 ‘인간’ 사이를 오간 세종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전시장은 생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채로 공간을 분할해 관람객을 압도한다. 새벽 여명의 청색이 감싼 ‘안태’ 코너에서는 조선 왕실의 태(胎) 문화를 증명하는 태항아리 실물이 공개된다. 이 유물은 왕실의 생명 관념을 읽는 살아있는 증거로, 평소 일반 공개가 제한됐던 희귀 자료다. 이어 황혼의 보라색으로 물든 공간에서는 ‘세종 상시호 금보’(보물)가 위용을 드러낸다. 문종이 아버지의 업적을 8글자 시호(英文睿武仁聖明孝)로 압축해 새긴 이 어보의 전서(篆書) 해석은 당대가 바라본 세종의 초상을 생생히 전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실물 크기로 제작된 영릉 표석 탑본과 합장릉의 비밀을 다룬 ‘안식’ 코너다. “왜 조선 최초의 합장릉인가”라는 질문에 세종과 소헌왕후의 애틋한 사랑으로 답하며, 역사책 속 위인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남자’로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 유적관리소 관계자는 “묘호 ‘세종(世宗)’이 ‘한 시대를 통치한 군주’란 뜻처럼, 이 전시는 한 인간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영원한 군주’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관람은 무료이며, 5월은 오전 9시~오후 6시, 6~7월은 오후 6시 30분까지 개장(월요일 휴관). 628년 전의 탄생이 오늘날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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