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이소정 기자] 더디게 찾아온 봄이 완연해진 가운데, 광양 봉강면 석사리에 위치한 매천황현생가의 키 큰 목련 두 그루가 우아한 자태로 꽃망울을 피워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곳은 경술국치의 비운에 통분해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순절한 매천 황현(1855~1910)이 태어나고 자란 집으로, 조선의 마지막 선비이자 뛰어난 문장가·역사가로 평가받는 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천은 2,500여 수의 시와 함께 《매천야록》, 《오하기문》, 《절명시첩》 등 방대한 기록을 남겼으며, 그의 유품과 문집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항일 독립 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생가는 초가집 형태로 보존되어 있으며,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 채용신이 그린 그의 초상과 절명시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의 백목련과 자목련은 3월이면 나란히 꽃을 피워 단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목련은 ‘나무 위의 연꽃’이라는 뜻으로, 겨울눈이 붓을 닮아 ‘목필화(木筆花)’라고도 불린다. 이는 평생 붓을 놓지 않았던 매천의 문인 정신과 닮았으며, 목련의 꽃말인 ‘숭고한 정신’, ‘고귀함’은 일제 강점기에 자결로 저항한 그의 우국충절과도 맞닿아 있다.
인근 매천역사공원에는 그의 묘역과 기념비, ‘매천송’ 시비 등이 조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그의 정신을 추모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김미란 광양시 관광과장은 “목련이 지기 전, 매천 생가를 찾아 그의 기록 정신과 순국 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며, “생가의 툇마루에 앉아 피고 지는 목련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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