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석쇠 위에서 돼지불고기가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간다. 강진 병영 돼지불고기는 기분 좋게 미각을 자극한다. 고기 굽는 소리는 물론, 붉은 양념과 기름기 자르르한 빛깔이 유혹한다. 다이어트 따위 금세 잊는다. 체지방이 근육을 점령해도 어쩔 수 없다. 기어이 한 점 입에 넣으면 콧노래가 절로 난다. 맛있는 음식은 하루의 피로마저 없애는 법이다.
강진에는 이 불 맛 나는 돼지불고기에 관한 일화가 전한다.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을 총괄하는 전라병영성이 병영면에 있다. 어느 해 전라병영성에 병마절도사가 새로 부임했다. 하필 당시 강진현감의 친조카였다. 직급이 낮은 현감은 병마절도사에게 부임 축하 인사하러 가는 길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병마절도사가 현감을 집안의 웃어른으로 극진히 모셨고, 그날 상에는 양념이 잘된 돼지고기를 올렸다. 그 후 강진 병영 일대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돼지불고기를 낸다고 한다.
강진은 이 일화가 생기기 전부터 음식이 발달했을 것이다. 전라병영성이 지역의 큰 관청이고 보면 주변에 상업 시설이 붐볐으리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구나 강진은 해상 교통과 육상 교통이 만나는 곳이다. 유통이 발달하고 사람 모이는 곳이니 음식과 맛은 물어 무엇 할까.
요즘도 강진 병영 돼지불고기는 변함없이 맛깔나다. 병영성로 일대는 돼지불고기 특화음식거리다. 몇몇 식당이 방송을 타면서 이제는 ‘거리’에 걸맞은 풍경을 이룬다. 도로를 따라 맛집이 늘어서진 않았지만, 돼지불고기 식당이 압도적으로 많다. 버스 정류장부터 병영돼지불고기거리를 알리는 조형물이나 안내판, 쉼터 등이 동네를 장식한다. 앙증맞고 귀여운 돼지 형제 그림은 포토 존으로 인기다. 식사 전후 동네 산책을 나서볼 만하다.
병영 돼지불고기 상차림은 한정식에 가깝다. 돼지불고기 외에 홍어와 편육, 구운 생선, 젓갈 등이 한 상 가득하다. 돼지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 향이 압권이다.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익게 하려면 화력과 석쇠의 높이, 고기의 밀집도 등 굽는 기술이 필요하다. 집마다 앞다릿살과 삼겹살 등 고기 배합이나 비율, 양념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차림은 모두 같다.
10월 28일까지 금·토요일마다 ‘불금불파’가 이어진다.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의 줄임말로, 지난 5월부터 병영5일시장 일원에서 야외 돼지불고기 파티를 진행한다. 여름 휴식을 취하고 9월에 재개했다. 파티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4시에 시작한다.
병영5일시장 광장에 원형 테이블을 놓고,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불고기를 구워 판매한다. 초벌구이 돼지고기에 연탄불 향을 입히고 채 썬 대파를 올린다. 상추와 밑반찬, 강진이 자랑하는 토하젓도 같이 낸다. 인근 식당보다 반찬 수는 적지만 1인당 9000원으로 저렴하다.
돼지불고기를 먹는 동안 지역 가수와 EDM DJ 등이 흥을 돋운다. EDM DJ는 파티의 절정에 등장해 식탁 앞의 모든 이들을 춤추게 한다. 이 시간에는 세대가 따로 없고 남녀와 노소가 다르지 않다. 마당극 장사의 신도 빼놓을 수 없다.
사의재의 ‘조만간프로젝트’를 옮겨 와, 병영 상인 이야기를 마당극 형식으로 흥겹게 풀어낸다. 이 밖에 주민해설사와 함께하는 한골목길이야기투어, 지역 농부장터와 문화 예술 체험 프로그램, 친환경 자전거 여행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여유롭게 식사에 집중하고픈 이는 인근 식당이 편하고, 주말의 신명에 젖고 싶은 이는 불금불파가 제격이다.
돼지불고기가 술을 곁들이기 좋은 메뉴인 만큼, 셔틀버스가 금요일(13:30, 13:40)과 토요일(11:00, 11:10)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과 행사장을 오간다. 운행 코스가 조금씩 다른데 사의재와 마량놀토수산시장, 무위사, 가우도 등 강진 명소를 거쳐 여행을 겸한다.
불금불파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에 도착하고, 파티가 끝나는 오후 8시에 광주로 돌아간다. 셔틀버스는 버스한바퀴 홈페이지(www.kumhoaround.com)에서 예약하며, 왕복 요금(1만 원)은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병영면은 강진 한골목 옛 담장(국가등록문화재)과 수령 820년이 넘은 성동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단풍이 가을을 물들인다. 지명의 유래가 된 강진 전라병영성(사적)도 지나칠 수 없다. 전라병영성은 1417년(태종 17) 병마절도사 마천목이 쌓았다.
1895년(고종 32)까지 500년 가까이 전라도와 제주도의 육군을 총괄 지휘한 본부다. 우리나라를 서양에 처음 알린 하멜이 유배돼 노역을 살던 곳이기도 하다. 높이 3.5m에 길이 1060m인 성곽은 대체로 그 형태가 잘 남아 과거의 규모를 짐작게 한다. 동서남북 4개 성문과 문루 등은 복원했다.
다산 정약용 역시 강진과 인연이 깊다. 그는 강진에 18년간 유배돼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을 남겼다. 정약용이 강진에 와서 처음 묵은 사의재는 ‘네 가지(생각, 용모, 언어, 행동)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란 뜻이다. 사의재저잣거리에서 진행하는 ‘조만간프로젝트’가 유명하다.
‘조선을 만나는 시간’의 줄임말로, 여행자와 함께 즐기는 마당극을 펼친다. 오디션과 배우 양성 아카데미를 거친 강진 주민 배우들이 출연한다. 10월 22일까지 토·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에 재현 코너를 운영하고, 마당극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에 공연한다.
강진만생태공원은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한 생태공원이다. 천연기념물 큰고니와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가 집단으로 서식하며, 갈대 군락이 장관이라 해마다 가을에 강진만춤추는갈대축제가 열린다. 길이 4.16km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황금빛 갈대를 만끽한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도 적당하다.
○ 당일 마을여행 : 강진 전라병영성→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병영돼지불고기거리
○ 1박 2일 여행 : 첫날_강진 전라병영성→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병영돼지불고기거리 / 둘째날_사의재→강진만생태공원
○ 관련 웹 사이트 - 강진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 강진군문화관광재단 www.gangjin.or.kr - 강진만생태공원 www.gangjin.go.kr/gangjinbay
○ 문의 - 강진군청 관광진흥팀 061-430-3313 - 강진군문화관광재단 061-434-7999 - 사의재 061-433-3223 - 강진만생태공원 061-434-7795
○ 주변 볼거리 : 강진 정약용 유적, 백련사, 가우도, 강진 백운동 원림, 무위사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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