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역사가 담긴 백제의 산성, 부여 가림성

가림성 느티나무, 사랑나무는 대왕세종 대풍수등 드라마 단골 촬영지

이성훈 | 기사입력 2023/05/30 [01:51]

파란만장한 역사가 담긴 백제의 산성, 부여 가림성

가림성 느티나무, 사랑나무는 대왕세종 대풍수등 드라마 단골 촬영지

이성훈 | 입력 : 2023/05/30 [01:51]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성흥산성으로 알려진 부여 가림성(사적)은 ‘사랑나무’라 불리는 가림성 느티나무(천연기념물)로 유명하다. 사랑나무는 대왕세종 대풍수 등 드라마 단골 촬영지이며, SNS 사진 명소이기도 하다. 사랑나무 앞에 서면 누구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멋지게 보인다.

 

▲ 부여 가림성 전경

 

그렇다고 사진만 찍고 내려오기는 너무 아깝다. 가림성은 백제 때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가벼운 트레킹으로 성곽을 둘러보면서 백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떠올리고,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을 즐기자.

 

▲ 주차장에서 부여 가림성 가는 숲길

 

가림성은 접근성이 좋다. 주차장이 성흥산 중턱에 자리한다. 주차장에서 성 입구까지 울창한 숲길이다. 숲에는 홍단풍이 많다. 홍단풍 붉은 새순이 각종 활엽수의 연둣빛 새순과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초여름에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주차장에서 200m쯤 오르면 충혼사를 만난다. 백제 멸망 후 가림성에서 활동한 백제 부흥군을 기리는 사당이다. 문이 닫혀 까치발로 낮은 담장 너머 사당을 구경한다.

 

▲ 충혼사

 

가림성은 성흥산(286m) 정상부에 쌓은 석성이다. 둘레 약 1500m, 성곽 높이 3~4m에 이른다. 성안에서 우물 터, 군창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 초석과 남문 터 등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어진 꾸준한 발굴 조사를 통해 백제부터 조선 시대까지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

 

▲ 거대한 암벽 사이로 난 길

 

가림성은 어떻게 축성 기록이 남았을까. 이는 당시 백제의 역사를 반영한다. 《삼국사기》에 501년(동성왕 23) 위사좌평 백가(苩加)가 가림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위사좌평은 왕을 호위하고 왕궁을 지키는 일을 맡은 관직이다. 동성왕은 종전 귀족 세력과 신진 귀족 세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 밑에서 본 사랑나무

 

신진 귀족 세력이 커지자, 그 대표 격인 백가에게 가림성을 쌓으라 명한 것이다. 백가는 동성왕이 자신을 중앙에서 밀어낸 데 앙심을 품고, 동성왕을 암살하고 난을 일으켰다. 동성왕이 죽자 무령왕이 왕위에 올랐고, 가림성에서 웅거하며 저항하던 백가를 토벌했다.

 

▲ 유금필 사당 가는 길

 

충혼사를 지나면 거대한 암벽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마치 가림성의 입구 같다. 다소 가파른 계단을 조금 오르면 남문 터에 닿는데, 성의 수호신처럼 거대한 느티나무가 우뚝 서 있다.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다. 나뭇가지 하나가 하트 모양이라 ‘사랑나무’로 불린다. 나무 아래 서면 사람이 작아 보인다. 키가 무려 22m, 가슴 높이 지름 약 5.4m, 수령 400년 남짓이다.

 

▲ 성흥산 정상의 성흥루

 

사랑나무에서 유심히 볼 게 밑동이다. 땅 위로 돌출된 울퉁불퉁한 뿌리가 넓게 자리 잡으면서 독특한 모양을 그려낸다. 돌출된 부분에 생긴 공간에는 풀이 자란다. 사랑나무 앞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날이 맑으면 금강이 유장하게 흘러가는 모습이 장관이고, 논산과 강경, 익산, 서천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런 조망 덕분에 서해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적을 막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사비성 외곽을 방어하는 거점이 됐다.

 

▲ 솔바람길과 성곽길이 갈리는 사거리

 

사랑나무에서 정상 방향으로 조금 오르면 사당이 있다. 고려 시대 무장 유금필의 사당이다. 유금필은 후백제를 멸망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백제 시대 산성에 후백제를 멸망시킨 장군의 사당이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사당에서 조금 더 오르면 성흥산 정상이고, 성흥루라는 2층 누각이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누각에서 한숨 돌리기 좋다.

 

▲ 성곽길에서 내려다본 임천면 소재지

 

성흥루에서 200m쯤 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솔바람길과 성곽길이 갈리는 지점이다. 여기서 왼쪽 성곽길을 따른다. 오른쪽 성곽길은 발굴 공사(2023년 12월까지 예정) 중이라 통제한다. 울창한 솔숲이 이어지는 성곽길을 따르면 군데군데 조망이 열리면서 임천면 소재지가 보인다.

 

▲ 사랑나무로 가는 연인

 

잔디가 곱게 깔린 성곽길 끝 지점에서 사랑나무가 반긴다. 사랑나무 앞에는 젊은 연인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랑나무에서 출발해 유금필 사당과 성곽길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1.2km, 넉넉히 40분 정도 걸린다.

 

▲ 대조사 전경

 

부여 가림성과 함께 둘러볼 만한 대조사는 성흥산 남쪽 품에 들어앉았다. 지금은 아담한 절이지만, 6세기 초에 세워져 고려 때 번창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원통보전 뒤에 있는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이 명물이다. 높이 10m에 이르는 거구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과 쌍벽을 이룬다. 용화보전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았다. 대신 유리창으로 보살입상이 보인다. 가까이서 무뚝뚝해 보이는 보살입상은 여기서 온화해 보인다.

 

▲ 용화보전에서 본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됐으며,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들었다.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은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는데, 사비 시대 왕궁 터로 추정한다. 한옥은 부여동헌(충남유형문화재)이다. 관북리 유적 뒤편이 부여 부소산성(사적)이다. 부소산성은 사비 시대 왕궁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후원으로, 울창한 숲길을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 부여 관북리 유적

 

신동엽문학관은 껍데기는 가라를 쓴 우리나라 대표적인 저항시인 신동엽의 문학 세계와 생애를 기념하는 곳이다. 시인의 육필 원고와 편지, 유품 등을 전시한다. 지하층에는 문학관 개관 10주년 기념 방명록 전시회가 열린다. 고은, 신경림, 이창동 등 유명 작가의 방명록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산책하기 좋은 부여 부소산성

 

전시된 신동엽의 산문 서둘고 싶지 않다 한 구절을 읊조리며 부여 여행을 마무리한다. “내 인생을 시로 장식해봤으면, 내 인생을 사랑으로 채워봤으면, 내 인생을 혁명으로 불 질러봤으면….”

 

▲ 신동엽문학관의 포토존

 

○ 당일여행 : 부여 가림성→대조사→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신동엽문학관

 

○ 1박 2일 여행 : 첫날_부여 가림성→대조사→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 둘째날_국립부여박물관→부여 궁남지→신동엽문학관

 

○ 관련 웹 사이트

 - 부여군 문화체육관광 www.buyeo.go.kr/html/tour/index.html

 -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부여군 세계유산) www.buyeo.go.kr/html/heritage

 - 신동엽문학관 www.shindongyeop.com

 

○ 문의

 - 부여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41-830-2219

 - 충남종합관광안내소 041-830-2880

 - 신동엽문학관 041-833-2725

 

○ 주변 볼거리 : 부여 정림사지, 낙화암과 고란사, 백제문화단지 등 / 관광공사 _ 사진제공

충남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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