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에서 만난다. 시원한 물길을 보며 걷는 염하강 철책길김포 대명항부터 문수산성까지 평화와 사색을 찾아 떠나는 여름 도보 여행[이트레블뉴스=김미숙 기자] 평화누리길은 경기도 DMZ 접경지역인 김포와 고양, 파주, 연천 4개 시군을 연결하는 최북단 도보 여행길로 잘 알려져 있다. DMZ 인근 철책선을 따라 걸으며 분단 현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이곳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깊은 역사의 흔적을 동시에 품고 있어 매년 많은 도보 여행객들이 찾는다.
지난 2010년 처음 문을 연 평화누리길은 총 12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길이는 약 189km 안팎에 달한다. 행정구역별로는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다.
DMZ와 가장 가까이 맞닿은 평화누리길은 사계절의 뚜렷한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는 매력이 있다. 경기도는 계절별 색깔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는 의미를 담아 DMZ 사색하다라는 주제로 월별 가볼 만한 평화누리길 코스를 매번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을 맞아 이번에 추천된 코스는 시원한 물길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김포의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 철책길이다.
이 특별한 여정은 대명항에서 힘차게 시작된다. 수도권과 인접한 대명항은 주말마다 전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로 항상 생기가 넘치는 김포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주꾸미와 꽃게, 전어 등 서해바다가 키워낸 신선한 제철 수산물을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어 식도락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유의 어촌 정취와 서해의 탁 트인 풍경을 함께 만끽할 수 있어 접경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도 입소문이 났다. 길의 초입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실제로 참전했던 운봉함이 전시된 김포함상공원이 자리해 접경지역 특유의 역사성과 안보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준다. 다만 현재는 안전점검으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다.
평화누리길 1코스는 철책선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염하강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약 14km의 길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며 만나는 염하강의 독특한 풍경 속에서는 건너편 강화도 고려산 너머로 붉게 물드는 석양이 장관을 이룬다. 그 아래로 고깃배들이 한가로이 오가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서정적인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현재의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와 달리 이곳 염하강 일대는 과거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던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염하는 오랜 세월 동안 강화도를 지켜내던 천혜의 방어선 역할을 수행했음과 동시에 외세가 한양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만 했던 핵심 관문이기도 했다.
평화누리길 입구에서 약 1k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사적지인 덕포진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 위치한 손돌묘는 뱃사공 손돌에 얽힌 슬프고도 가슴 아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 제23대 왕인 고종이 몽골군의 침략을 피해 급히 강화도로 피신하던 중 거친 물길을 오해해 사공인 손돌을 반역으로 의심해 죽였다.
그러나 죽기 직전 자신을 믿고 물에 띄운 바가지를 따라가라던 손돌의 충심 어린 조언 덕분에 왕은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후대의 사람들은 매년 음력 10월 20일 무렵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을 손돌바람이라 부르며 그의 억울한 죽음과 충성심을 기리고 있다.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좁은 물길인 염하는 본래 외부 침략을 막아내던 든든한 방어선이었으나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이방인들의 침입로로 그 성격이 변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 미군은 바로 이 염하강 물길을 따라 강화도로 거침없이 진입했고, 덕포진 일대에서는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발발했다.
당시 조선군은 외세에 맞서 맹렬히 저항했으나 근대화된 무기와 군사력의 현격한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조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며 거친 격랑의 근대사 속으로 강제로 편입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그리고 혹독한 냉전기를 거치는 동안 염하강은 촘촘한 철책으로 가로막힌 채 통제와 금기의 공간으로 남아야 했다. 수십 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되었던 이 은밀한 공간은 마침내 누구나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평화누리길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국방의 최전선에서 긴장감이 감돌던 장소는 이제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평화의 소중함을 성찰하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염하강 철책길의 종점인 문수산성은 병자호란 이후 강화 지역의 방어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축성된 산성이다. 구한말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 전면전을 벌였던 격전지이기도 한 이곳 문수산성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면 염하강의 푸른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길은 단순한 걷기 운동 코스를 넘어 수많은 선조들의 시간과 아픈 기억이 겹겹이 쌓인 장엄한 역사적 공간임을 깊이 실감하게 한다.
평화누리길 1코스를 묵묵히 걷다 보면 철책선 너머 염하강에 은은하게 비치는 사계절 풍경과 함께 고려와 조선, 그리고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역사의 시간과 조우하게 된다. 과거 삼엄한 긴장과 통제가 지배하던 국방의 공간은 이제 세대를 넘어 누구나 걸으며 평화와 안보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는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숲과 강이 어우러진 6월의 도보 여행길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다만 낮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는 여름철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강한 햇볕과 자외선에 철저히 대비해 모자와 선크림을 준비하고 탈수를 막아줄 충분한 식수를 미리 챙기는 편이 현명하다.
<저작권자 ⓒ 이트레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화누리길, DMZ여행, 염하강철책길, 김포대명항, 여름도보여행, 덕포진, 문수산성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
매체소개 ㅣ 신문윤리강령 ㅣ 청소년보호정책 ㅣ 개인정보취급방침 ㅣ 이용약관 ㅣ 고객센타 ㅣ 정정·반론보도 ㅣ 기사제보 ㅣ 보도자료 ㅣ 기사검색
신문자유와 기능보장 관한 법률제12조1항 및 동법 시행령제4조 규정에의거 정기간행물 전북,아00007호 2006년1월6일 등록
발행인 조세운, 편집인 박동식 | 개인정보관리 및 청소년보호관리 책임자 박소영 | 통신판매신고 2004-49호 | 저권등록번호 C-001805호
본사.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백제대로 409.2층 / 070-8895-3850 | 지사.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21 신광빌딩 6층 / 070-8895-3853
이트레블뉴스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과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아 무단전재와 복사, 배포등을 금지하며,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2006-2026 이트레블뉴스_E-TRAVELNEWS I DAS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for more information
"열린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