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 정상화를 논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저리 자금 지원, 녹색금융, ESG 펀드 같은 거창한 금융 대책들이다. 하지만 현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수많은 금융 상품 중 단 한 곳의 분양형 생숙이라도 구한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단 한 곳도 없다. 이는 단순한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착시’다. 기존 금융 정책은 단독 소유주나 기업형 법인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다. 반면 수백 명의 개별 소유자로 파편화된 분양형 생숙은 담보 설정, 신용 평가, 소유자 간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금융권의 심사 기준과 완전히 불합치한다. 실현 가능성 없는 금융 혜택을 해법이라 부르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유토피아적 금융 환상일 뿐이다.
출구 없는 금리와 공실 리스크 속에서 수분양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금융 혜택이 아니라, ‘매월 통장에 입금되는 실질 배당금의 증가’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은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위험한 투자가 아니다. 매달 새어나가는 고정 비용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비효율을 깎아내는 ‘내부 비용 구조의 혁신’이다. 생숙이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더 빌리는 것’이 아니라 ‘덜 새게 만드는 것’이다.
생숙의 진짜 고질병 : 매출 침체가 아닌 ‘경직된 비용 구조’
생숙의 운영 수익성이 파국으로 치닫는 원인을 단순히 객실 매출 감소나 낮아진 가동률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숙박업은 계절과 경기 변화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매우 큰 반면, 운영비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경직성을 띤다.
첫째, 냉난방 및 동력비의 무분별한 누수다. 객실과 공용부의 에너지 소비는 점유율과 비례하지 않는다. 빈 객실이나 외출 객실의 냉난방이 방치되고 공용부 설비가 수동으로 과도하게 운전되면, 매출과 상관없이 막대한 동력비가 지출된다.
둘째, 인력 운영의 구조적 비효율이다. 무리한 인원 감축은 서비스 품질 저하, 민원 증대, 안전사고 위험으로 이어진다. 핵심은 사람을 무작정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단순 반복 업무를 기술로 대체하고 절감된 인력을 고객 응대와 시설·안전 관리 등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에 재배치하는 효율화다.
셋째, 비용 집행의 정보 비대칭성이다. 수분양자가 겪는 가장 큰 갈등 원인은 비용의 절대적 액수보다 ‘비용 산정과 집행 내역의 불투명성’이다. 공용 관리비, 시설 유지비, 위탁수수료가 명확한 기준 없이 집행되면 수익이 줄어들수록 위탁사와 소유자 간의 법적 분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비용 절감의 출발점은 단순한 지출 억제나 기술 도입이 아니라, ‘비용의 계량화와 투명한 공개’여야 한다.
해법은 ‘스마트화’가 아닌 ‘측정 가능한 운영 혁신’
생숙에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실제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검증하는 체계’에 있다.
우선 객실관리시스템(PM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의 연동이 시급하다. 예약·체크인·체크아웃 정보가 담긴 객실관리시스템(PMS)을 에너지 제어와 연동하면, 미투숙 객실을 자동 절전 모드로 전환하고 입실 예정 객실만 사전 운전하는 정밀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어 반복 업무의 디지털 전환과 인력 효율화가 필요하다. 모바일 체크인·체크아웃, 키오스크, 모바일 객실 키 등은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수단이다. 이를 ‘무인화’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사람이 해야 할 일에 사람이 집중하도록 만드는 인력 구조의 효율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설 관리 데이터화를 통한 예방적 정비로 전환해야 한다. 전력·수도·가스·승강기·소방 등 주요 시설 데이터를 체계화하여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고장 후 수리’에서 ‘고장 전 예방적 관리’로 전환해 돌발적인 대수선 비용을 차단해야 한다.
핵심은 획기적 숫자가 아닌 ‘생숙 운영비 진단 모델’
생숙의 절감률을 일률적으로 10%, 20%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건물의 연식, 설비 수준, 객실 점유율에 따라 비용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상을 품게 하는 수치를 과장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생숙 운영비 진단 모델’을 현장에 정착시켜야 한다.
1. 기준비용(Baseline) 산정 : 객실당 에너지비·인건비, 공용부 관리비, 위탁수수료 등을 표준화한다.
2. 개선 가능 비용 분류 : 전체 비용을 필수비용, 조정가능비용, 비효율비용으로 구획 정리한다.
3. 사업장 맞춤형 스마트 운영 적용 : EMS 연동, 디지털 체크인, 시설 데이터화 등 사업장 여건에 맞게 선택 적용한다.
4. M&V(측정·검증) 가이드라인 기반 도입 전후 비교: 기후 및 점유율 변동 요인을 보정한 객관적 절감 데이터를 산출한다.
5. 실질 순절감액 산정 및 환원 : 시스템 유지비 등 추가 발생 비용을 차감한 순이익을 확정한다.
이 검증 체계(M&V)가 작동할 때 비로소 비용 절감은 주장에 그치지 않고 ‘검증된 성과’가 된다.
CAPEX 부담 극복과 절감액의 수분양자 환원
스마트 시스템 도입의 가장 큰 장벽은 초기 투자비(CAPEX)다. 수분양자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기 어렵고 위탁사 역시 선뜻 돈을 쓰지 않는 이 구조는, 이해관계자 간의 새로운 계약 모델로 풀어야 한다.
초기 구축비 부담을 없애고 월 단위 서비스 이용료로 정산하는 ‘구독형 서비스(SaaS)’나, 기술 도입으로 발생한 검증된 순절감액의 일부를 기술 기업에 지급하고 잔여 절감액을 위탁사와 수분양자가 공유하는 ‘성과공유형(ESCO)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투자비 회수 기간 역시 사업장별 설비 환경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기후·점유율 변동을 보정한 ‘표준 절감액 측정·검증(M&V) 가이드라인’을 표준계약에 반영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용 절감 성과가 위탁사의 사적 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숙 위탁운영 표준계약에는 "스마트 운영 및 비용 효율화로 발생한 검증된 순절감액은 그 발생 원인과 투자 부담을 고려하여 운영사와 수분양자 간 합리적으로 공유한다"는 원칙이 명시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획기적인 분배 비율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절감액이 어디서 발생했고 얼마이며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갔는가를 모든 소유자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회계 기준의 수립이다. 아울러 좋은 운영사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객실 매출이나 가동률 중심에서 비용 절감 성과, 회계 정보 공개 수준, 민원 발생률 및 처리 실적, 시설 안전 관리 수준 등 실질적인 운영 효율성과 투명성 지표로 대전환되어야 한다.
지원을 요구하기 전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생력’
생숙 정상화 과정에서 공공의 조율과 행정적 지원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의 지원이 민간의 자구 노력 없는 부실을 무제한 보전해 줄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정상화를 향한 순서는 명확해야 한다. 외부 지원을 받기에 앞서, 스마트 고정비 혁신을 통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생숙 문제를 금융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으며, 매출을 당장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새어나가는 비용을 데이터로 잡고 그 성과를 소유자에게 투명하게 환원하는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생숙 정상화를 향한 첫 번째 질문은 "누가 얼마를 지원해 줄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가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남길 수 있는가?"이다. 스스로 비용을 통제하고 자생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생숙 정상화를 이뤄내는 가장 강력하고 현실적인 첫 번째 불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