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숙 사태를 키운 것은 규제가 아니라 '핑퐁 행정'이었다 ③유예만 반복하는 정책과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은 시장을 회복시키지 못한다[이트레블뉴스=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앞선 글에서 필자는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의 출구 없는 용도변경 딜레마(1화)와, 진입장벽 없는 단순 신고제가 초래한 불투명한 위탁운영사의 난립(2화)을 짚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인해 규제는 실효성을 잃었고 시장은 구조적으로 왜곡되었다. 그러나 이 사태를 장기화시키며 사실상 수습이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반복되는 책임 회피형 '핑퐁(Ping-Pong) 행정'이다.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계부처 합동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지자체별 생숙 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외형적으로는 적극적인 구제책이 마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행정의 장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건축법과 보건복지부 소관의 공중위생관리법, 그리고 이들 법령을 실제로 집행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조례가 서로 충돌하는 구조적 모순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특혜 논란과 감사원 감사, 사후 행정소송 가능성을 의식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적극적인 행정 판단보다 면책 중심의 유권해석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책임 있는 행정 결정은 계속 미뤄지고, 문제 해결 역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규제 당국이 법령의 구조적 공백을 해소하지 않은 채 유예기간만 연장하는 사이, 파편화된 행정이 초래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은 이미 임계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민원 증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부담해야 할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막대한 사법적 분쟁 비용이다. 전국에 공급된 약 18만 실의 생숙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다양한 법적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동일 단지 안에서도 수분양자들은 오피스텔 전환을 요구하는 주거 전환 측과 숙박 운영 유지를 주장하는 숙박 운영 측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으며, 시행사와 수분양자, 위탁운영사와 수분양자 사이에서는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소송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률 자문료와 변호사 선임비, 인지대 등 소송 수행 비용만 하더라도 건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를 전국 생숙 분쟁 사례에 적용하면,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투입되어야 할 최소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 규모의 자본이 소송 비용으로 소모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 행정 서비스의 마비와 행정력의 기회비용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생숙이 밀집한 인천 송도, 안산 반달섬, 부산 해운대와 오시리아 등 주요 지역에서는 건축과와 공중위생 담당 부서가 사실상 생숙 민원 대응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루 수백 건에 이르는 민원 전화와 서면 질의, 국민신문고 민원, 청원 대응은 물론 집회와 시위 관리까지 담당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련 부서 인력의 30% 이상이 상시 투입되는 실정이다.
그 결과 공무원의 한정된 행정 역량이 생숙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일반 건축 인허가, 도시재생사업, 생활 SOC 등 다른 민생 행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기회비용은 결국 해당 지역 주민 전체가 부담하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 측면에서도 잠재적 위험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준공 이후 잔금대출 거부와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생숙의 자산가치는 법원 경매시장에서 감정가의 40~50% 수준까지 하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계약금을 포기한 채 분양권을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도금 및 잔금대출을 취급한 새마을금고와 수협,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여신 건전성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의 충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숙 관련 부실이 금융시스템의 취약 고리를 자극하며 신용경색 위험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은 권한은 분산되어 있지만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 파편화된 행정 구조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권고 중심의 방식만으로는 감사와 책임 추궁을 우려하는 지방 행정의 소극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부처 간 책임 전가를 종식시키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법적 권한과 조정 기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일한 책임 주체를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누적되는 사회적 손실을 차단하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로 분절된 행정체계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인허가 보완, 숙박업 등록 기준의 조정, 이해관계자 분쟁 조정까지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단일 공공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상으로 생숙 사태를 장기화시킨 구조적 결함에 대한 진단을 마친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행정의 단절 구조를 해소하고, 경직된 공직사회의 의사결정 체계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침체된 생숙 시장의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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