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스위스 사람들의 이야기 ②

알프스 품에서 염소를 돌보고 치즈를 만드는 13살 꼬마 아이

이성훈 | 기사입력 2020/05/07 [09:51]

자연의 품에 안겨 사는 스위스 사람들의 이야기 ②

알프스 품에서 염소를 돌보고 치즈를 만드는 13살 꼬마 아이

이성훈 | 입력 : 2020/05/07 [09:51]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베른과 루체른 근교의 목초지 하이킹, 베른(Bern)의 염소 지기 목동, 아드리안(Adrian), 간트리쉬 자연 공원(Gantrisch Nature Park)의 아드리안을 만나러 가는 하이킹, 알프 비레(Alp Bire)는 간트리쉬 자연 공원 한복판, 베르네제(Bernese) 알프스 전지대 1,640m에 자리해 있다. 간트리쉬 자연 공원은 베른(Bern), 툰(Thun), 프리부르(Fribourg) 세 도시가 이루는 삼각형 안에 있다. 아이와 함께 하거나, 쉬운 하이킹을 원한다면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하이킹 트레일이 여기에 있다.

 

▲ AlpBire 


이 알프 비레 목초지에 고작 13살밖에 안된, 목동 아드리안 매더(Adrian Mader)가 살고 있다. 매년 여름 방학마다 아드리안과 그의 부모는 간트리쉬 자연 공원에 있는 알프 비레(Alp Bire) 초원에서 맛있는 염소 치즈를 만든다. 알프 비레후벨(Alp Birehubel) 순환 하이킹을 출발하는 이라면 아드리안의 농장에 잠시 들러 스낵 바에서 직접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아드리안은 어떻게 염소를 돌보게 되었을까? 아드리안이 더 어렸을 때 일이다. 아드리안은 누나한테 여섯 마리의 염소를 샀다. 누나한테는 겨우 CHF 5밖에 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매매가 성사되었다. 누나는 곧 학교를 시작할 나이였고, 더 이상 염소를 돌보기 원치 않았던 터였다. 아드리안에게는 의심의 여지조차 없었다.

 

▲ AlpBire 

 

지금까지 아드리안은 그의 염소를 정성껏 돌본다. 아드리안이 소유한 염소는 이제 총 13마리가 되었다. 아드리안은 아버지와 함께 총 86마리의 염소를 돌본다. 아드리안 소유의 13 마리와, 다른 농부들이 소유한 73마리로, 이 지역 농부들이 자신 소유의 염소를 여름 동안 알프 비레에 맡긴 것이다.

 
아드리안은 염소를 몰고 외양간으로 향한다.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아드리안이 염소젖을 짠다. 오늘 짠 우유의 양이 상당하다. 알프스의 여름이 거의 끝나가는데도 말이다. 아드리안은 초원에 있을 때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엄마를 도와 치즈를 만든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 AlpBire 

 

아드리안은 그 무거운 우유 통을 들어 식당으로 옮긴 다음, 장작불 위에 올려진 대형 구리 냄비에 쏟아붓는다. 약 120리터의 우유가 들어가는 냄비로, 약 12kg의 치즈를 만들 수 있다. 우유가 37°C로 데워지면 면보를 사용해 응고된 우유를 힘껏 들어 올리고, 틀에 넣어 눌러 준다. 구멍이 하나도 생기지 않도록 빈틈없이 눌러 주어야 한다.

 
24시간이 지나면 아드리안은 치즈를 틀에서 빼내어 지하 창고로 내려간다. 창고에서 치즈에 소금물을 칠한다. 갓 만든 염소 치즈는 무척 보드랍고, 풍미가 가볍다. 아드리안이 제일 좋아하는 맛이다. 더 숙성된 치즈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치즈를 더 오래 보관하는데, 그러려면 매일같이 정성스럽게 표면을 닦고 소금물 칠을 해 주어야 한다. 4주 정도가 지나면 치즈의 수분이 빠지고, 꽤 강한 풍미가 생겨난다. 아드리안은 매일매일 염소 치즈 한 조각을 음미한다. 그저 행복할 뿐이다.

 

▲ AlpBire 


가끔 치즈 창고로 내려가, 치즈 한 조각을 훔칠 때가 있어요. 아드리안이 눈웃음을 치며 고백한다. 가문의 전통이다. 매더 가문은 두 세대에 걸쳐 알프스 염소 치즈를 만들고, 판매해 왔다. 이들은 알프스에 여름이 찾아오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배고프고 목마른 하이커를 반갑게 맞이하며 스낵바를 운영한다. 가장 바쁜 일요일이면 아드리안이 엄마를 돕는데, 자신이 직접 만든 치즈를 손님들이 맛보고 좋아해 주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8월 중순경 여름방학이 끝나면, 아드리안은 계곡 아래로 돌아가 학교에 가야 한다. 아드리안을 슬프게 만드는 일로, 9월 중순까지 그의 동물들은 이곳 알프스 초원에 더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대신 염소와 소 생각에 여념 없을 때가 종종 있다.

 

▲ AlpBire 

 

다행히 주말이면 알프스 초원과 동물들에게 돌아가 함께 뛰어놀다가 아이들을 그저 지긋이 바라볼 수 있다. 언젠가는 부모님의 농장을 물려받을 날이 올 것을 확신하는 아드리안이다. 바라건대, 아드리안은 20마리의 염소를 소유하고 싶다. 그러면 겨울에도 계곡 아래에서 치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드리안을 찾아보려면 알프 비레후벨 순환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알프 비레 초원과 이곳의 스낵바에 찾아갈 수 있다. 포스트 버스 정류장인 구르니겔(Gurnigel), 간트리쉬휘테(Gantrischhutte)에서 시작해 오르막을 따라 오베렌 간트리쉬휘테(Oberen Gantrischhutte) 오두막까지 간 뒤,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가면 그림 같은 호수, 간트리쉬젤리(Gantrischseeli)가 나타난다.

 

 

초록 들판과 높다란 베르네제 전지대 풍경에 둘러싸여 있는 호수로, 하이커들이 잠시 멈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휴식을 취한 뒤, 앞으로 나아가 오르막에 접어든다. 몇 미터만 올라가면 매더 가족들의 방목 소 떼가 눈에 띈다. 곧 알프 비레가 등장한다. 가족 단위에도 적합한 알프 비레후벨 순환 하이킹의 총 길이는 2.3km 이고, 그림 같은 간트리쉬 자연 공원을 가로질러 하이킹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2시간 정도 걸린다. 스위스정부관광청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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