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방 사립학교인 장성 필암서원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은 그 의미가

이성훈 | 기사입력 2019/09/30 [04:17]

조선시대 지방 사립학교인 장성 필암서원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은 그 의미가

이성훈 | 입력 : 2019/09/30 [04:17]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조선 시대 지방 사립학교인 서원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 성리학과 관련된 전통을 이어오며, 건축학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은 그 의미가 더 중요한데, 전라도에는 3곳이 있다. 장성 필암서원(사적 242호)도 그중 하나다.

 

▲ 장성 필암서원 청절당에서 바라본 확연루    


흥선대원군은 전라도 지역을 평하며 학문은 장성만 한 곳이 없다(文不如長城)고 했다. 전남 장성은 호남 지방의 학문과 선비 정신을 잇는 대표적인 고장이다.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문묘에는 최치원, 이황, 이이 등 우리나라 성현 18인도 함께 봉안됐는데, 호남에서는 하서 김인후가 유일하다. 필암서원은 하서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 위에서 본 필암서원. 예의 중심인 공간으로서 서원의 구조를 잘 담고 있다    


2019년 8월 19일, 서원 안팎으로 유난히 사람이 붐볐다.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가 열렸기 때문이다. 유두석 장성군수와 김봉수 장성문화원장, 하서의 후손 등이 모여 제를 지냈다. 경건한 의례는 한 시간 정도 이어졌다.

 

▲ 필암서원 내 유물전시관에서 김인후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다  


장성에서 태어난 김인후는 성균관에서 이황과 더불어 학문을 닦았다. 시를 약 1600수 남겼으며, 담양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와 가깝게 지내 그곳을 노래한 시도 지었다. 또 양산보의 아들을 사위이자 수제자로 맞았다. 필암서원은 1590년(선조 23)에 김인후를 기리기 위해 장성읍 기산리에 세웠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불탔으며, 1624년(인조 2) 황룡면 증산동에 다시 지었다. 1672년(현종 13) 물난리가 나서 바로 옆인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 필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알리는 의례, 고유제


서원은 전체적으로 아담한 편이다. 홍살문 옆엔 말이나 가마를 타고 내릴 때 사용한 노둣돌과 2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확연루는 서원의 출입문으로, 선비들이 시를 지으며 쉬던 건물이다. 2층에 앉아 내다보면 월선봉과 드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확연루는 하서를 마음이 맑고 깨끗해 확 트였고 크게 공정하다(廓然大公)고 표현해서 지은 이름이다.

 

▲ 확연루 2층에서 바라본 필암서원  


확연루를 지나자 유생이 회의하고 공부하던 청절당(淸節堂)이 나온다. 이곳에 서면 유생이 생활하던 진덕재와 숭의재가 보인다. 청절당 건너편엔 경장각(敬藏閣)이 있다. 정조가 쓴 편액은 신성하게 여겨 얇은 망을 쳤다. 건물 내부엔 묵죽도(墨竹圖) 판각이 있다.

 

▲ 정조가 쓴 경장각 편액  


김인후는 인종이 세자일 때 세자보도(世子輔導)라는 직책으로 글을 가르쳤다. 인종은 직접 그린 묵죽도를 스승에게 선물했다. 하서는 인종이 서거한 음력 7월 초하루가 되면 술병을 들고 산에 올라 밤을 지새웠다. 묵죽도엔 그가 인종을 향해 쓴 시가 있다. 뿌리 가지 마디 잎새 모두 다 정미롭고 / 굳은 돌 벗인 양 주위에 들어 있네 / 성스런 우리 임금 조화를 짝하시니 / 천지와 함께 뭉쳐 어김이 없으셔라.

 

▲ 김인후는 인종이 세자일 때 스승이었다. 서원 내 유물전시관에 있는 모형


서원의 중심 건물인 우동사에는 하서 김인후, 사위이자 수제자인 고암 양자징의 위패가 있다. 우동(祐東)은 하늘의 도움으로 동방에 태어난 이를 가리키는 말로, 하서를 뜻한다. 도산서원이나 병산서원 등이 산지에 있어 사당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과 달리, 필암서원은 건물이 평지에 있다.

 

▲ 하서 김인후와 고암 양자징의 위패를 모신 우동사    

 

예의 중심인 서원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독특한 건물 배치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청절당은 여느 서원과 달리 입구인 확연루를 향하지 않고 반대편 산 아래 우동사로 향해 있다. 진덕재와 숭의재도 우동사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다른 건물로 막지 않았다. 유생은 공부하고 생활할 때 늘 사당을 바라보며 공손히 예를 표했다.

 

▲ 필암서원에서 원장을 맡은 9명의 기록, 원장선생안  


서원을 나오면 곁에 작은 시내가 흐르고, 건너편에 유물전시관이 있다. 이곳에 필암서원과 김인후에 대한 자료가 전시된다. 1624년부터 1900년경까지 필암서원의 역대 원장을 기록한 《원장선생안》, 유생 명단인 《서재유안서》, 서원의 재산을 기록한 《필암서원원적》, 서원의 노비를 족보 형식으로 적은 《노비보》 등이 있다. 필암서원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김인후가 태어난 맥동마을이 있다. 마을에서 신도비와 난산비 등을 볼 수 있다. 신도비는 하서를 기리기 위해 1742년에 세운 것으로, 송시열이 10년에 걸쳐 지은 명문장이 새겨졌다.

 

▲ 하서를 기리는 신도비에는 ‘하늘이 도와 도학과 절의, 문장을 모두 갖췄다’는 내용이 쓰였다  


필암서원을 둘러본 뒤엔 옐로우시티(Yellow City) 장성을 여행하자. 도시에 흐르는 황룡강을 모티프로 아늑하고 따사로운 이미지가 느껴진다. 황룡강 변을 중심으로 봄엔 유채꽃, 가을엔 노란 코스모스가 피어 화사하다. 장성군을 대표하는 음식점에 가면 밥, 두부, 전 등 음식에도 노란빛을 낸다.

 

▲ 옐로우시티 장성에서 밥과 두부, 전, 달걀찜 등 노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장성호수변길에는 옐로우출렁다리가 있다. 비상하는 두 마리 황룡을 형상화한 출렁다리는 154m에 이른다. 황룡이 소원을 이뤄준다니 다리를 건너며 소망을 빌어도 좋을 듯. 옐로우출렁다리까지 1.5km에 이르는 데크가 조성됐다.

 

▲ 장성호수변길에 있는 옐로우출렁다리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축령산으로 향하자.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148ha 편백 숲은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물소리를 들으며, 혹은 맨발로 걷는 등 6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울창한 숲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을 춘원 임종국이 20여 년간 가꾼 것이다.

 

▲ 우리나라 최대 규모 편백 숲을 자랑하는 축령산에서 힐링 산책을 즐겨보자  


가을에 장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내장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백암산이다. 백양사는 632년(백제 무왕 33)에 창건한 고찰로, 주변 경관이 빼어난 백암산에 들어앉아 찾는 이가 많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 갈참나무가 양쪽으로 빽빽하고, 그 사이에 고운 글귀가 쓰인 기왓장이 놓여 따뜻함을 더한다. 가을이면 아기단풍이 곱게 물들고, 우뚝 솟은 백암산이 사찰의 미를 완성한다.

▲ 연꽃으로 수놓은 백양사 대웅전 앞    

 

○ 당일여행 : 필암서원→축령산→장성호수변길 옐로우출렁다리

 

○ 1박 2일 여행 : 첫날_필암서원→축령산→장성호수변길 옐로우출렁다리 / 둘째날_백양사→임권택시네마파크→남창계곡과 입암산성


○ 관련 웹 사이트

 - 장성군 문화관광 www.jangseong.go.kr/home/tour

 - 백양사 http://baekyangsa.kr

 

○ 주변 볼거리 : 홍길동테마파크, 금곡영화마을, 평림댐장미공원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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