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다

이성훈 | 기사입력 2019/08/26 [02:45]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다

이성훈 | 입력 : 2019/08/26 [02:45]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다.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찾는 공간이니, 간단히 요기하거나 급하게 해결할 일이 없다면 설레는 여행길에 굳이 시간 들여 찾아갈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번 여행길엔 ○○휴게소에 꼭 가봐야지’ 같은 여행 계획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한데 고속도로 휴게소에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군위영천 휴게소 외관    


 급하게 우동 한 그릇 먹고, 화장실 들렀다 휑하니 떠나는 휴게소가 아니라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자, 여행길이 다소 멀어지더라도 애써 찾아가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이제는 당당히 여행 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시원하게 뻗은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도 그런 곳이다.

 

▲ 군위영천 휴게소는 낡은 공장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상주 방향 37km 지점에 있다. 동군위 IC와 신녕 IC 중간쯤 되는 위치다. 상주영천고속도로가 개통한 2017년 6월에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새내기 휴게소다. 1970년 7월 7일에 문을 연 추풍령휴게소가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이니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아들뻘인데, 늦둥이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휴식의 역할에 충실하던 1세대 휴게소에게 ‘개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선택한 키워드는 복고 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대신상회란 간판을 단 편의점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외관이 평범하다. 어느 고속도로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대다수 사람들이 ‘어?’와 ‘와!’를 무한 반복한다. ‘어?’는 이게 뭔가 하는 궁금증에서, ‘와!’는 이런 휴게소도 있구나 하는 감탄에서 나온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소품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1960~1970년대 분위기 인테리어에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한다는 얘기. 휴게소에 포장마차와 객차가 버티고 섰으니 이게 뭔가 싶었는데, 모두 식사와 휴식을 위한 테이블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웃음 짓는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교복차림으로 매장 진열대를 정리하는 직원    


커피 매장 앞에는 인조가죽을 씌운 두툼한 소파가 놓였고,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쓴 ‘장미다방’이라는 글씨가 또렷하다. 장미다방 맞은편 벽을 가득 채운 고교 얄개 웃고 사는 박서방 같은 옛날 영화 대형 포스터도 반갑다. 곳곳에 있는 센스 넘치는 소품에 자꾸 눈길이 간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나무전봇대와 짐자전거    


주번이나 당번이 차던 완장, 가로등 켜진 나무 전봇대 아래 쇠사슬로 묶어놓은 자전거, 전선에 나란히 앉은 참새들, 음수대 위에 ‘물 마시는 곳’이라는 글씨와 함께 매단 구식 펌프는 보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검정 교복을 맞춰 입은 매장 직원도 훌륭한 주연들이다. 이런 곳이다 보니 ‘대신상회’라고 부르는 편의점에서 쫀드기, 라면땅, 강냉이 같은 그 시절 먹거리를 파는 게 아주 자연스럽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도시락&라면    


복고를 테마로 꾸민 휴게소답게 이곳의 대표 먹거리는 ‘추억의 도시락&라면’이다. 보글보글 끓인 라면에 김치볶음, 멸치무침, 구운 소시지, 김, 화룡점정 달걀 프라이까지 담아낸 도시락을 보면 시끌벅적하던 학창 시절 점심시간이 떠오른다. 라면은 면이 불기 전에, 도시락은 예전처럼 뚜껑을 덮고 힘껏 흔들어 먹어야 제맛이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객차모습을 본떠 제작한 테이블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군위 여행의 전초기지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곳에서 5km 정도 떨어진 동군위 IC를 이용하면 군위의 대표 여행지인 인각사, 화산산성, 화본역 등에 가기 쉽다. 군위군에서는 휴게소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휴게소 관광 안내소에 군위군 대표 여행지 27곳을 소개한 군위 네비북 을 비치했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삼국유사군위 휴게소에 비치된 군위 네비북    


책갈피 사이즈로 제작한 알록달록 네비북에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를 출발점 삼아 각각의 여행지로 가는 방법과 거리, 시간을 간단한 지도로 표시했다. 참고로 삼국유사군위휴게소에서 인각사까지 18km(27분), 화산산성까지 25km(40분), 화본역까지 9km(10분) 거리다.

 

▲ 삼국유사군위휴게소_포장마차 테이블에서 식사를 즐기는 가족들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복고를 테마로 한다면, 영천 방면 군위영천휴게소는 공장 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버려진 공장을 카페나 식당으로 꾸민 업사이클링 공간의 휴게소 버전이라고 할까. 실제 폐공장을 휴게소로 재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벽면 콘크리트를 드러내고 벽돌을 쌓아 음수대를 만드는 등 새로 지은 건물을 낡아 보이게 한 노력이 인상적이다. 직원 유니폼은 안전제일 마크가 선명한 작업복이다.

 

▲ 매장에서 근무하는 작업복 차람의 군위영천 휴게소 직원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는 독특한 테마만큼 휴게소의 기본에도 충실하다. 특히 먹거리 위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양방향 휴게소에 모두 입점한 소담상, 바삭카츠, 진한국물탕 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음식점 위생 등급 ‘우수’를 받았다.

▲ 군위영천휴게소_낡은 벽도로 꾸민 군위영천 휴게소 식수대    


몰카 클린 존으로 운영되는 모유 수유실과 화장실은 하루 3회 이상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자체 감시하며, 모유 수유실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방’으로 지정했다. 휠체어, 목발, 유모차 등을 갖춘 장애인 편의 시설과 차량 261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은 두 휴게소 모두 같은 규모로 조성했다.

 

▲ 인각사 보각국사 탑과 석불좌상


군위를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부르는 건 인각사 때문이다. 선덕여왕 시절에 원효가 창건한 인각사는 이후 일연이 중창하고, 일연은 이곳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했다. 일연의 사리를 모신 인각사 보각국사탑과 그의 행적을 기록한 보각국사탑비(보물 428호)가 지금까지 전한다. 이외에도 고려 시대 불상인 군위인각사석불좌상(경북유형문화재 339호)과 군위인각사삼층석탑(경북문화재자료 427호)이 있고, 인각사와 일연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 전시관도 마련했다.

 

▲ 미완의 성으로 남은 화산산성  


화산산성(경북기념물 47호)은 미완의 성이다. 조선 숙종 때 윤숙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했으나, 거듭된 흉년과 질병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윤숙이 전라도 병마절도사로 전출된 뒤에는 20년간 후임자가 없어 미완의 성으로 남았다. 당시 축조된 홍예문과 수구문, 이 둘을 잇는 200m 남짓한 성벽으로 그 이름을 전한다. 화산산성을 품은 화산마을의 전망대는 군위호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 화본역에는 지금도 여전히 기차가 다닌다  


화본역은 동화책에 나올 듯한 작고 예쁜 간이역이다. 2011년 코레일과 군위군이 주관한 화본역 그린 스테이션 사업 일환으로 1930년대 화본역의 모습을 재현했다. 193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화본역에는 지금도 하루에 여섯 번 기차가 선다. 철도 너머 산책로를 따라가면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있다.

 

▲ 화산마을 전망대에서 본 군위호  


○ 당일여행 : 화본역→인각사→삼국유사군위휴게소

 

○ 1박 2일 여행 : 첫날_군위영천휴게소→화산산성→인각사 / 둘째날_화본역→한밤마을 돌담길→삼국유사군위휴게소

 

○ 주변 볼거리 : 김수환추기경사랑과나눔공원,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팔공산, 사라온이야기마을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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