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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

길 따라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둘레길로 떠나는 여행

이성훈 | 기사입력 2018/09/27 [00:58]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

길 따라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둘레길로 떠나는 여행

이성훈 | 입력 : 2018/09/27 [00:58]

길에서 가을을 만난다.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 길 따라 가을의 노래가 펼쳐지는 지리산둘레길로 가보자. 3개 도(전북, 전남, 경남)와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연결하며, 21개 읍·면과 120여 개 마을을 잇는 장장 295km 걷기 길이다. 그중 인월-금계 구간은 보석처럼 빛나는 비경을 품었다.

 

▲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의 시작 표지판  

 

저녁노을보다 붉게 익은 고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다랑논에서 황금빛으로 춤추는 벼, 건넛마을로 향하는 촌로의 느린 걸음이 마음을 달랜다. 용광로보다 뜨거운 여름을 온몸으로 견뎌낸 농작물은 흙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수확의 계절, 지리산둘레길의 가을은 도리어 푸르디푸르다.

 

▲ 인월센터에서 입구에 마련된 관광리플렛과 숙박리스트    

 

지리산둘레길 걷기가 처음이라면 인월센터에서 시작하길 추천한다. 센터는 인월장터로에서 구인월교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200m 가면 나온다. 센터에는 구간 지도와 잠자리, 주변 관광지 안내 리플릿 등이 있다. 때론 함께 채비 중인 길동무도 만난다. 길의 상태, 기상 상황 등을 센터에서 확인하고 나서자(월요일은 휴관이니 참고할 것).

 

▲ 인월마을 주민들이 거둔 모든 수확물이 모이는 오일장이다. 3, 8일이 들어가는 날에 열린다    

 

출발 전 인월전통시장에 들러 뜨끈한 순댓국으로 배를 채워도 좋겠다. 여행 일정이 맞으면 끝자리 3·8일에 서는 오일장 구경도 재밌다. 제철 산나물과 약초를 파는 할머니와 인사 나눈다. 장거리 트레킹을 앞두고 가방에 나물 가득 담고 싶은 맘을 꾹꾹 참는다. 4~10월 토요일에는 풍물 시장, 할머니 장터, 음악 공연 등이 펼쳐지는 인월토요장터가 열려 볼거리가 많다.

 

▲ 지리산둘레길 장승형 이정표. 검은색은 인월방향, 빨간색은 금계방향을 가리킨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리산둘레길 탐방에 나서보자. 구인월교를 건너 좌회전하면 인월-금계 구간(20.5km) 여정이 시작된다. 1시간에 대략 2.5km 이동하니 총 8시간 코스다. 점심나절에 첫발을 뗐다면 중간 지점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 날 금계까지 남은 구간을 걸으면 무리가 없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출발할 것을 권한다.

 

▲ 인월리를 굽이쳐 흐르는 광천에 목을 축이고 자유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를 바라보며 타박타박 걷다 보면 중군마을을 만난다. 고려 시대에 오군(전·중·후·좌·우군) 가운데 중군이 이 마을에 주둔해서 붙은 이름이다. 벽화를 따라 천천히 오르막을 걸으면 황매암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가도 수성대에서 합쳐지는데, 황매암으로 향하는 길은 산그늘이 있어 시원한 대신 조금 가파르다.

 

▲ 지리산 둘레길은 걷기코스 이전에 이곳 사람들이 태어날때부터 놀며 걸어다니던 터전 이다    


인월-금계 구간은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 능선을 조망하며 걷는다. 6개 산촌이 정겹고, 둑길과 임도, 농로, 숲길, 산길, 차도 등 모든 길을 만난다. 걷다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간에도 불안감이 찾아든다. 첩첩산중에 홀로 걸으면 괜한 두려움에 걸음이 빨라진다.

 

▲ 지리산 능선을 배경으로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월평마을 전경    


그때쯤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이 나풀댄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 때론 생명의 신호다. 갈림길마다 방향을 표시한 나무가 산과 나를 지켜주는 장승 같다. 빨간색은 인월-금계 구간 끄트머리인 금계로 향하는 길이요, 검은색은 시작점인 인월로 가는 방향이다.

 

▲ 3구간 코스중 가장 헛갈리기 쉬운 수성대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이정표 따라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오늘쪽 넓은 길로 잘못 걸어가기 쉬우니 주의하자  


지리산둘레길은 500m마다 이정표가 있다. 길을 잃었다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서 놓친 이정표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곳곳에 쉼터와 약수터,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있으니 배고플 걱정은 없다.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은 지친 발에 최고 명약이 아닐까. 이정표마다 더해지고 덜어지는 숫자가 걸어온 길의 거리를 말해준다.

 

▲ 네로황제가 황금과 바꿔먹었다는 달걀버섯. 둘레길의 모든 농임산물의 채취는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인월에서 5.8km, 출발한 지 2시간이 흘러 배너미재를 넘는다. 침엽수림 사이로 달걀버섯이 얼굴을 내민다. 달걀버섯은 독버섯인 개나리광대버섯과 유사하여 착각하기 쉬우므로 잘 구분해야한다. 달걀버섯은 로마 시대에 네로 황제가 황금과 바꿔 먹었단다. 천천히 숲길을 빠져나오니 장항마을이다. 수령이 410년이나 되는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장항교를 지나 매동마을을 거쳐 하루 일정을 마친다.

 

▲ 보물로 지정된 실상사 동,서 3층 석탑과 석등, 그 앞으로 펼쳐진 지리산 능선의 장쾌한 풍광  


인근의 실상사도 볼 만하다. 실상사는 보통 첩첩산중에 들어앉은 사찰과 달리 산내면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어, 걷다가 들러도 부담 없다.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데다, 실상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 같은 줄기에서도 다르게 익어가는 농작물처럼, 둘레길 풍경에서 제각기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  


실상사에서 상황마을로 가는 길목, 산내면은 두 번째 고향에 터를 잡은 사람이 많다. 지리산과 땅의 부름을 받아 귀농한 이들이다. 사연 많은 젊은 날을 보내고, 이곳에서 자연의 속살을 누린다. 세척된 채소를 문 앞에서 받는 편리함 대신, 가축 분뇨 섞인 흙에서 살아 있는 먹거리를 마련하려고 밤낮으로 몸을 쓴다.

 

▲ 둘레길을 걷을 때는 무리해서 걷지말고, 쉬엄쉬엄 쉬어가며 체력을 안배해야한다  


흙과 바람, 자연에 순응하며 수확한 모든 것은 건강함 이상의 정신적 산물이다. 하룻밤 묵어가는 객은 귀농한 용기와 부러움에 박수를 보내지만, 겪어본 이들은 감내해야 할 무게가 적지 않음을 안다.

 

▲ 둘레길 풍경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굽이치는 능선과 푸른하늘로 자라는 나무가 장관이다


지리산에서 맞는 아침은 황홀하다. 일정이 되면 무리하지 않고 하루를 머무는 이유다. 차가운 공기가 귓바퀴를 감돌아 마음으로 파고들다 나간다. 정화다. 동틀 무렵 능선을 차고 오르는 태양 앞에 마음은 지리산에 터를 잡았다. 가을볕에 익은 벼는 고개 숙이고 땅을 바라본다. 땅과 이별을 고하고 누군가의 손에서 입으로, 다시 흙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는 듯 보인다.

 

▲ 상황마을에서 금계까지 약 8km 구간을 함께한 개 바래  


길을 나서는데, 상황마을 민박에서 기르는 개 ‘바래’가 앞장선다. 간혹 민박한 손님과 금계까지 함께 걷고 돌아온단다. 오르막길을 포함해 7.5km나 되는 거리를 함께 걸었다. 발걸음이 느려지면 멈춰서 기다려준다. 정자에 올라 물도, 바람도 나눠 마셨다.

 

▲ 하늘재에서 창원마을로 향하는 구간. 자동차로 달렸다면 몰랐을 모든 자연의 이야기가 두 발로 걸으니 귓속으로 파고든다._사단법인 숲길


혹여 걷다가 바래를 만나면 인사를 건네시라. 언제고 당신의 든든한 안내자를 자처할 터이니. 상황마을은 다랑논이 폭포처럼 흐른다. 다랑논은 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일군 논이다. 자동차로 오르면 순식간에 지나쳤을 풍경이 온몸으로 와락 안긴다.

 

▲ 상황마을의 장관, 다랑이 논    


숨이 가빠진다. 상황마을에서 제법 오르막길을 오르면 등구재다. 고개를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바뀌는 지점이다. 왼발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오른발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에 있다. 옛사람들은 함양에서 오도재, 등구재를 넘어 남원으로 왕래했단다. 이내 창원마을 전경이 펼쳐진다.

 

▲ 상황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능선, 해질녘 실루엣이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지리산둘레길은 왼쪽, 창원마을로 향하는 빠른 길은 오른쪽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라는 안내판 때문에 둘러 가는 느낌이지만, 둘레길은 왼쪽이 맞다. 오른쪽 길은 사유지이므로 빨리 가고픈 맘 다잡고, 몸을 왼쪽으로 틀자. 이내 다다른 창원마을은 곳간이 많던 곳이다. 활짝 열린 대문으로 일광욕하는 고추가 보인다. 가을이 마당에 펼쳐지니 넉넉한 수확의 계절을 실감한다.

 

▲ 세찬 물줄기가 산천초목의 생명수다  


금계마을을 마지막으로 인월-금계 구간의 목적지에 다다랐다. 20km 남짓 걸었는데 마음이 홀가분하다. 지리산둘레길이 열린 지 10년이 흘렀다. 지천으로 난 고사리는 새순을 10번 냈고, 흙길은 더러 시멘트 길로 바뀌었다. 땅거미 지면 겨우 한두 채 불빛이 보일까 말까 하더니, 이제 민박도 여럿 있다. 외지인은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집을 마련하려고 부지런히 망치질한다. 고요한 산에 총성이 울려 퍼진다. 그저 사람이 지금보다 조금 더디게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중군마을  


아직 걸을 힘이 남았다면 지리산 속 석굴암 서암정사로 가자. 지리산제1교에서 농어촌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벽송사에서 서쪽으로 600m쯤 떨어진 곳이다. 서암정사(瑞庵精舍)는 상서로운 바위를 장엄(莊嚴)했다 는 뜻으로, 석굴 법당이 인상적이다. 아기자기한 조경과 함께 지리산의 품에 안겨 불교 석조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

 

▲ 불교석조각이 인상적인 서암정사    



○ 1박 2일 여행 : 첫날_구인월교→중군마을(2.1km)→황매암갈림길(0.8km)→수성대 입구(1.1km)→수성대(0.3km)→배너미재(0.8km)→장항마을(1.1km)→실상사(2.66km)→상황마을(1.9km) / 둘째날_등구재(1km)→창원마을(3.1km)→금계마을(3.5km)→서암정사

 

○ 관련 웹 사이트
 – 지리산둘레길 http://jirisantrail.kr
 – 지리산국립공원 http://jiri.knps.or.kr
 - 실상사 www.silsangsa.or.kr
 - 서암정사 www.sueam.net

 

○ 문의
 - 남원시청 관광과 063-620-6163
 – 사단법인 숲길 055-884-0850
 -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063-635-0850
 - 지리산둘레길 함양안내소 055-964-8200
 - 실상사 063-636-3031
 - 서암정사 055-962-5662

 

○ 잠자리
 – 감자바우민박 : 남원시 산내면 매동길, 010-5254-3087
 - 소소게스트하우스 : 남원시 산내면 천왕봉로, 010-8589-0148
 - 일성지리산리조트 : 남원시 산내면 천왕봉로, 063-636-7000, http://jirisancondo.net
 - 노고지리산방 : 남원시 산내면 황치길, 010-9901-4726, http://nogojiry.com
(민박은 예약이 필수다. 주민의 본업이 아닌 경우가 많아, 대부분 예약을 받은 뒤 숙박과 식사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 먹거리 
 - 박서방해물칼국수 : 칼국수, 남원시 인월면 인월로, 063-636-2202
 - 시장식당 : 돼지국밥, 남원시 인월면 인월로, 063-636-2353
 - 강쇠네흑돼지(구 금계식육식당) : 돼지고기김치찌개, 함양군 마천면 금계 안길, 055-962-5098

 

○ 주변 볼거리 : 금대암, 국악의성지, 뱀사골계곡, 남원백두대간생태교육장전시관 / 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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